로스앤젤레스의 매력을 할리우드 사인이나 화려한 해변에서만 찾는다면 당신은 이 도시의 가장 지적인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LA의 진짜 심장은 산타모니카 산맥의 언덕 곳곳에 보석처럼 숨겨진 '건축'에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역사를 다시 쓴 전설적인 실험,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Case Study Houses)' 프로그램입니다.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란 무엇인가
1945년 LA의 아트 앤 아키텍처(Arts & Architecture) 매거진이 주도한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저렴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주택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었죠. 리처드 노이트라, 찰스 & 레이 임스, 피에르 코닉 등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유리와 강철 같은 새로운 산업 자재를 활용해 캘리포니아의 기후와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주택들을 LA 곳곳에 지었습니다.
이 실험적인 주택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전후 미국 사회가 꿈꾸던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담은 하나의 '선언'이었습니다.
반드시 방문해야 할 두 개의 아이콘
수십 채의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중, 오늘날까지 가장 중요한 건축적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두 곳이 있습니다.
1. 임스 하우스 (Eames House / Case Study House #8)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언덕, 유칼립투스 나무 숲속에 자리한 임스 하우스는 20세기 디자인의 거장, 찰스 & 레이 임스 부부가 직접 살았던 공간입니다. 규격화된 산업 자재를 사용해 지었지만, 내부는 그들의 감각적인 가구와 수집품, 그리고 자연광이 어우러져 더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완성되었죠.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좋은 디자인은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임스 부부의 철학을 직접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2. 스탈 하우스 (Stahl House / Case Study House #22)
할리우드 힐스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스탈 하우스는 LA 모더니즘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건축가 피에르 코닉은 L자 형태의 단순한 구조와 전면 유리벽을 통해, LA의 도시 전경을 집의 일부로 끌어들였습니다.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만이 찍은 한 장의 사진(두 여성이 집 안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은, 전후 미국이 꿈꾸던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
이 건축적 걸작들은 대부분 여전히 개인이 소유한 사유지입니다. 따라서 방문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수적입니다.
임스 하우스는 공식 재단을 통해 투어를 예약할 수 있으며, 스탈 하우스 역시 공식 웹사이트에서 소규모 투어를 신청해야만 내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예약 과정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LA의 상업적인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가장 지적이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마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일 것입니다.
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니까
세상의 모든 경험, 와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