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ed by 청춘유리
꿈이었을까, 꿀이었을까.
한국 들어온 지 3개월 만에 다시 여권을 꺼내 들었다.
나의 마흔 한번 째 나라, 필리핀.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 의자에 앉아 게이트 너머를 바라보며 고요함 위에 살짝 누워본다. 흔들리는 파도와 강렬한 선셋 아래에서 즐기는 산미구엘이 진짜일 것만 같도록. 역시나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이곳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순조롭지 않지만 왠지 예상 밖의 이 상황이 더 즐겁다.
6시, 해가 제 모습을 숨기면 그때부터 모든 것은 끝이 난다. 세상은 온통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나를 에워싸는 이 공기를 참지 못해 술을 시키고 만다.
오랜만이다. 이 느낌.
정말 그리워했다. 너무너무 간절했다.
바다 짠내와 갓 구운 피자 냄새가 반쯤 섞여있는 이 공간에서 적어도 백명은 족히 누웠을 법한 찐득한 쿠션에 누워있다. 감각적인 히피 스타일의 노래는 자꾸만 나를 쿵쾅거리게 하고 목소리가 매력적인 레이디보이가 가져다주는 술은 또 왜 이렇게 맛있는건지.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모르는 나에게 불어오는 달짝지근한 여름바람에 저 수평선은 어찌 저리 아름다울까.
도대체 왜 이렇게 이 분위기는 완벽한거야.
이것이 날 미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너무나 고되었던 오늘을 용서해버린다. 그리곤 기도했다. 제발 시간이 느리게 가게 해달라고. 멈추는 것까지 바라지 않아도, 내가 이 시간을 진짜로 품을 수 있게 조금만 천천히 가게 해달라고.
그렇게 보라카이의 오늘이 저물었다.
청춘유리의 보라카이 여행정보
고작 4일 다녀온 사람의 정보이니 가볍게 봐주세요.
1. 항공 : 저는 여행병에 걸려 귀국 후 일주일 4번 이상은 스카이스캐너/카약/땡처리 항공권을 주시했습니다. 욕심이라고, 또 나가면 안된다고 마음을 추스리며 몇번 저렴한 항공권을 놓쳤지만 운명은 운명인가봅니다.
땡처리로 2박4일 세부퍼시픽 238,000원 짜리 항공권이 떴기에 안되겠다 싶어 바로 질렀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생에 가장 짧은 여행을 가게 됩니다. 아침출발저녁귀국 비행기라 꽉 찬 3일정도라 생각하심 될거예요. 보라카이는 일반적으로 3박5일 패턴입니다.
2. 숙소: 디니위드 비치에 있는 Nonna's house 를 이용했습니다. 이태리 환대를 좋아하는 저로써 일단 무조건 좋았습니다. 허나 숙소 위치는 솔직히 스테이션 2/ 디몰근처, 화이트 비치 근처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트라이시클비로만 꽤나 돈을 써서 마음이 아픔. 조용한 곳을 원하시면 스테이션 1 위쪽, 나오면 비치가 있고 식당이 있는 곳을 원하시면 스테이션 2, 조금 저렴한 곳이지만 걸어서 대부분을 볼 수 있는 위치는 바로 스테이션 3!
3. 교통 : 보라카이는 일단 그리 크지 않은 섬인데요, 걸어서 다니기는 꽤나 힘들더라고요. 헤헤 우선 이동은 '트라이시클'이라는 개조된 오토바이로 하는데요, 트라이시클을 빌리는덴 기본 150 페소 부릅니다. 깎아주기도 하는데 많아봤자 1500원 차이니 깎느라 고생하는 것 보다 100-150 사이라면 스테이션 이동 시에는 바로 타시는 걸 강추!
그리고 싸게 이동하고 싶으시면 '쉐어'를 하는건데요. 여러 사람들이 타고 있는 트라이시클을 세워서 목적지를 말했을때 타라고 하면 타시면 됩니다! 그럼 기본적으로 인당 25페소에 이동 가능해요.
4. 투어 : 저는 투어를 "와그 WAUG "라는 곳에서 미리 예약하고 갔어요! 현지에서 투어 흥정하다 시간 다갈 것 같아서 평소 자주 애용하던 와그를 이용했는데 현지보다 훨씬 저렴했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답니다! 스쿠버 다이빙과 선셋 세일링 그리고 와인맛사지 했어요! 다이빙은 진짜 돈없어서 육백일간 여행하며 도대체 뭘 했는지 바닷속에 한번도 안들어갔더라고요 제가.. 신세계 발견입니다. 무조건 다이빙 자격증 따야겠다 다짐했어요. 정말 색다른 경험!
선셋 세일링은 말이 필요없이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좋아서 짧게느껴졌기에 아쉬웠지만 배 위에 앉아 물장구를 치며 해지는 것을 뙇! 마지막은 무조건 마사지로 마무리. 하다 너무 포근해서 잠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요.
5. 추천 장소 : 우선 현재 녹조가 굉장합니다. 화이트 비치가 아닌 녹조 비치 입니다. 아쉽긴 하지만 예쁜 건 여전하네요. 수영하기엔 화이트 비치가 제일로 좋은 것 같아요. 녹조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깨끗한 물이 있어요. 또 숙소에서 1분거리였던 디니위드 비치도 한적했지만 여전히 녹조가 많아, 들어갔다하면 미역인간이 되어버립니다. 대망의 푸카비치는 녹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하는 그 곳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또 물이 깊어서 수영할 때 꼭 조심하세요!!
맛집들이 정말 많은데요, 저는 짧은 시간이라 다 못먹고 돌아왔지만 우선 푸카비치에서 먹은 망고쉐이크, 망이나 살에서 먹은 할로할로, 저렴한 필리핀 현지식을 원하시면 안독스(5번 바베큐 진짜 꿀맛), 그리스 음식점 씨마에서 먹은 치킨 피타도 정말 맛있었어요. 할로위치는 한국 사람 너무 많아서 못먹었고, 바베큐,발할라,올레등의 더몰 유명식당은 비싸서 못먹었어요.
큰 버젯마트는 엄청 싼건 아니더라구요! 동네 작은 슈퍼들이 조금 씩 더 저렴했지만 그래도 편하니까 버젯마트~!
디니위드 비치에 위치한 '스파이더하우스'는 대박입니다.
피자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뷰와 분위기는 정말 정말 맛있습니다. 보라카이에선 대부분의 펍에서 해피아워가 진행되는데 그때 술을 드시면 1+1 또는 반값입니다! 클럽은 가고싶었지만 너무나 잠이와서 (늙은건 아닙니다) 결국 못갔네요..
쇼핑을 원하시면 '디딸리빠빠'라는 현지시장 추천!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6. 물가 : 물가 .. 솔직히 제가 다녀온 동남아 중 가장 비쌌던 것 같습니다.말레이시아 KL 뺨치게 비싸더라구요. 물론 충분히 아껴쓸 수 는 있겠지만 대부분 현지식 or 패스트푸드는 0메뉴당 3-600원/레스토랑은 한메뉴에 10000-15000원 정도 / 산미구엘 이나 레드홀스은 펍이나 바에서 평균 3000원/망고쉐이크는 2000-5000원 등 가지각색입니다.
환전은 3000페소는 한국에서 바꾸고 나머지는 여행하다 남은 달러랑 유로를 가지고와서 더몰에서 환전했어요!
7. 제가 한 여행 중 아마 가장 짧은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이 아름다운 공간을 다 느끼기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다녀온 곳 말고도 보라카이엔 더 재미난 액티비티나 놀라운 장소가 많으니 꼭 더 즐기고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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